자동차 한 대도 만들지 않는 장난감 회사가 세계에서 타이어를 가장 많이 만듭니다. 기네스 세계기록이 공식 인정한 사실입니다. 그 회사 제품은 지금 이 순간도 전 세계 아이들 방 안에 있습니다.
레고가 어떻게 세계 최대 타이어 제조사가 됐는지, 그리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팩트로 정리했습니다.
세계 1위 타이어 회사를 떠올리면 대부분 미쉐린, 브리지스톤, 굿이어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답은 예상과 다릅니다
자동차 회사도 아니고 타이어 회사도 아닌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 레고입니다.
단, 여기서 말하는 세계 1위는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이 아닙니다. 기준은 오직 하나, 생산 개수입니다.
가장 큰 타이어 회사가 어디냐는 질문과 가장 많은 타이어를 만드는 회사가 어디냐는 질문은 전혀 다른 질문입니다. 질문을 바꾸면 상식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네스 세계기록에 따르면 레고는 2010년 한 해 동안 약 3억 8,100만 개의 미니 타이어를 생산했다. 이 수치는 그 어떤 타이어 제조사의 연간 생산량도 넘어섰고 2012년 공식 기네스 세계기록으로 등재됐다.
(출처: 기네스 세계기록, 2012)
기네스는 레고 타이어를 인정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레고 타이어는 표준 타이어의 모든 정의를 충족한다. 레고 제품에 사용된 고무 복합 소재는 일반 승용차 타이어에 사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타이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미쉐린의 2024년 연간 타이어 생산량은 약 2억 개 수준이다. 레고는 그보다 약 50% 더 많이 생산한다. 그리고 이 기록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출처: 기네스 세계기록, 2012 / Industrial Equipment News, 2024)

레고는 스스로를 타이어 회사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레고가 만드는 것은 장난감 자동차, 트럭, 건설장비, 오토바이, 우주 탐사 차량, 레이싱카다. 그런데 이 모든 이동 수단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바퀴다.
레고가 처음 바퀴 달린 장난감을 만든 건 1962년이다. 세트 번호 400번이었고 이 제품은 1967년 레고 역대 최고 판매 세트가 됐다. 그 이후 레고는 바퀴 달린 세트를 꾸준히 늘려왔다.
지금은 전체 레고 세트의 약 50%에 바퀴가 포함되어 있다. 경찰차 4개, 크레인 6개, 트럭 8개, 레이싱카 4개. 세트 하나에 타이어가 최소 4개에서 많게는 20개 이상 들어간다.
전 세계에서 매년 수억 개의 세트가 팔린다. 그 안에 바퀴가 들어가면서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출처: 기네스 세계기록, 2012)
의도한 게 아니었다. 장난감을 잘 만들다 보니 어느 순간 세계 최대 타이어 제조사가 되어 있었다.

레고가 매년 생산하는 타이어는 3억 개 이상이다.
이걸 하루로 나누면 약 82만 개. 시간당 3만 4천 개. 1분마다 약 570개가 생산된다. 공장은 365일, 하루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출처: Top Gear, 2024)
비교를 해보면 규모가 더 잘 느껴진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약 9,200만 대다. 자동차 한 대에 타이어 4개라고 하면 약 3억 6,800만 개의 타이어가 필요하다. (출처: OICA, 2024)
레고는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1년 동안 쓰는 타이어 수와 거의 비슷한 규모를 혼자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레고 타이어의 크기는 최소 지름 14.4mm에서 최대 107mm다. 자동차 타이어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기네스는 이 부분도 명확히 했다.
"타이어의 기준은 크기가 아니라 구조와 재질이다. 레고 타이어는 이 기준을 충족한다."
많은 사람은 레고 타이어를 외주 생산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레고는 타이어를 외주에 맡길 수 없다.
이유가 있다.
레고 브릭은 1958년 이후 지금까지 모든 제품이 서로 결합될 수 있어야 한다. 60년 전 브릭과 오늘 만든 브릭이 딱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레고의 금형 정밀도는 ±0.01mm 수준이다. 머리카락 두께의 약 10분의 1이다.
타이어도 마찬가지다. 바퀴가 브릭 축에 정확히 맞지 않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0.1mm만 틀려도 제품이 망가진다. 외주 생산으로는 이 정밀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기 어렵다.
레고의 전체 부품 연간 생산량은 750억 개다. 이 규모에서 품질 통제를 외주에 맡기면 불량 리스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실제로 레고 브릭 불량률은 100만 개당 18개 수준이다. 불량률 0.00002%. 항공우주 부품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출처: The Supply Times, 2025)
이 기준을 지키기 위해 레고는 핵심 부품을 장기 협력사 또는 자체 생산으로 직접 통제한다.
자동차 타이어의 품질 검사 기준은 안전·내구성·접지력이다. 도로 위에서 버텨야 하니 당연한 기준이다.
레고 타이어의 품질 검사 기준은 다르다. 치수 정밀도·결합력·소재 안전성이 핵심이다.
특히 소재 안전성에서 레고 타이어는 자동차 타이어보다 오히려 기준이 더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이 입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고 타이어는 유럽의 유해물질 규제 REACH와 미국의 어린이 제품 안전법 CPSIA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프탈레이트, 중금속, 유해 화학물질 기준이 일반 제품보다 훨씬 엄격하게 적용된다.
자동차 타이어는 사람이 손으로 만지는 제품이 아니다. 레고 타이어는 아이 입속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겉으로는 작고 귀여운 장난감 바퀴처럼 보이지만 안전 기준만 놓고 보면 레고 타이어가 더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제품이다.
(출처: LEGO Group Annual Report, 2024)
2025년 2월 26일. 레고 그룹이 공식 발표를 했다.
버려진 어망, 선박용 폐로프, 폐엔진오일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타이어 소재를 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출처: LEGO Group 공식 보도자료, 2025.02.26)
새 타이어는 재활용 소재 비율이 30% 이상이다. 처음에는 7가지 타이어 종류에 적용했고 2025년 말까지 120개 세트에 탑재될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겉으로 보면 기존 타이어와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다. 색도 같고 감촉도 같다. 지금 레고를 사도 그 안에 들어있는 타이어가 바다에서 건진 어망으로 만들어졌을 수 있다.
레고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 아네트 스투 베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레고 제품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석유 기반 원료 의존도를 줄이려는 우리 목표에서 중요한 한 걸음입니다. 지난 5년간 품질, 안전성, 내구성 기준을 충족하는지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출처: LEGO Group 공식 보도자료, 2025.02.26)
레고는 타이어 외에도 친환경 소재 전환을 여러 제품에서 진행 중이다. 2018년부터는 브라질 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 폴리에틸렌 소재를 미니피겨 액세서리와 식물 부품 200종 이상에 적용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창문, 라이트세이버 등 투명 부품에 주방 인조대리석 재활용 소재를 20% 적용하기 시작했다.
(출처: LEGO Group 공식 보도자료, 2025.02.26)
레고는 2032년까지 모든 제품과 포장재를 지속가능한 소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한 상태다.
우리는 타이어 회사 하면 자동차를 떠올린다. 그래서 미쉐린, 브리지스톤, 굿이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런데 질문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가장 많은 타이어를 만드는 회사는 어디인가?"
이 질문의 정답은 미쉐린이 아니다. 레고다.
레고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 도로 위를 달리는 타이어를 만들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타이어를 만든다. 1962년 처음 바퀴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60년 넘게 매년 수억 개의 타이어를 찍어내면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품질 기준은 항공우주 수준이고 안전 기준은 자동차 타이어보다 더 엄격하고 지금은 바다에서 건진 폐어망으로 타이어를 만들고 있다.
2025년 기준 레고의 연간 매출은 약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최대 장난감 회사이자 세계 최대 타이어 제조사. 두 개의 세계 1위 타이틀을 동시에 가진 회사는 지구상에 레고뿐이다.
(출처: LEGO Group Annual Report, 2024)
상식은 질문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기준을 바꾸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온다. 레고 타이어가 그 증거다.
저도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꽤 놀랐습니다. 작은 장난감 바퀴가 세계 최대 타이어 생산 기록을 갖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최근에는 폐어망 재활용 소재까지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레고의 상품 광고는 전혀 아닙니다. 유익한 정보가 되셨길 바랍니다.
• 기네스 세계기록 — Largest annual volume toy tyre manufacturer ever (2012)
• LEGO Group 공식 보도자료 — The LEGO Group introduces tires made with recycled materials (2025.02.26)
• LEGO Group Annual Report (2024)
• OICA — Global Motor Vehicle Production Statistic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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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레고를 가장 열심히 파는 곳이 레고 본사라고?